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 것 그냥 인정해버려라 그 사람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몸짓, 찬란한 의미를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네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배어 나오겠지 세상의 모든 거리, 세상의 모든 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네가 걸어 나올 수가 있단다 시간의 힘을 빌..
사랑해 당신을 너무 사랑해 밤하늘의 달과 구름 어둠 속에 스러져가는 이름 없는 별들조차 당신을 애타게 부르고 땅 위의 모든 짐승들과 숲과 호수와 들판의 버려진 꽃들조차 당신을 보고싶어 해 당신 없는 세상은 무덤속의 좀비 얼간이 끓어오르는 오물통 당신과 함께라면 그 어떤 재난도 불행도 아름답고 황홀하겠지 나 미쳐 보여?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나 미쳐 보여?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이토록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니 당신도 그래? .......그래요, 나 역시 숨이 막힐 것 같아 당신의 모습이 한순간도 떠나질 않고 지금, 여기, 눈앞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고 신기해 그 어떤 고통도 두려움도 씻은 듯이 사라져버려 어째서,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사랑해 ..
캄캄한 그 어디에서도 지금 잡은 내 손을 놓지 마. 네가 실재하는 곳에 내가 있어야 해. 우린 불편한 영혼을 공유했잖아. 우리는 미래가 닮아있으니까.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돼서 좋아. 주머니에 늘 수면제를 넣고 다니는 습관까지. 칼자국이 희미해지지 않는 자해의 흔적까지. 유령처럼 하얗고 작은 발가락까지. 비릿하고 나쁜 꿈을 꾸고 일어나면 몸에 개미 떼가 기어다니는 것 같아. 나쁜 게 뭘까. 좋고 싫은 건 있어도 착하고 나쁜 건 모르겠어. 근데 오늘 우리는 나쁜 꿈 속에 버려져 있는 것 같아. 세상에 너하고 나, 둘 뿐인 것 같아. 가위로 우리 둘만 오려내서 여기에 남겨진 것 같아. 이런 게 나쁜 거야? 난 차라리 다행인데. 유서를 쓸 땐 서로 번갈아가면서 쓰자. 네가 한 줄, 내가 한 줄, 이 개같은 세..
약속하지 않았지만 그가 나타났다. 나는 매일 밤 외지고 허름한 술집에서 이름밖에는 모르는 사람들과 히히덕거렸다. 그를 잊으며 없는 것들을 있다고 우겼다. 그는 누구인가? 펄럭이는 파란 물고기의 깃발 같은 아가미. 어제 버린 애인의 손에 꼭 쥐어져 있던 고통의 꽃다발. 병든 천둥이 쇠북 치는 창문. 피묻은 소년이 묻힌 모래 구덩이. 謹弔(근조)와 크리스마스 카드. 철탑 위로 올라간 낯설고 검은 짐승. 저 뜯기고 해어진 날들이 내 불결한 마음의 먹장구름 아래로 내던진 회중시계일까. 나는 투덜대며 말하는 죄를 컵에 담아 마신다. 그가 왔다. 길 끝의 작고 누추한 방을 향해 차례로 켜지는 저녁 가로등처럼. 나를 똑똑 두드리는 그는 누구인가? 나는 가슴아픈 사랑을 한 번도 마중나간 적 없다.그러나 그가,석유에 젖..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이제 이별이다 그대여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그런 것들은 모두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밤을 바꾼다나는 저기 번져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질테니그대는 남아 있는 환함 쪽으로 등 돌리고열까지 세라열까지 세고 뒤돌아보면나를 집어 삼킨 어둠의 잇몸그대 유순한 광대뼈에 물컹 만져지리라 착한 그대여내가 그대 심장을 정확히 겨누어 쓴 총알을잘 익은 밥알로 잘도 받아먹는 그대여선한 천성(天性)의 소리가 있다면그것은 이를테면내가 죽 한 그릇 뚝딱 비울 때까지 나를 바라보며그대가 속으로 천천히 열까지 세는 소리안 들려도 잘 들리는 소리기어..
"넌 너에게 묻은 꿈의 흔적들보다 아름다운 사람그 누구도 그걸 얼룩이라 생각하지 않아" -Espresso, 허글베리피
내 마음이 내 마음을 다잡지 못 하는 나를더 깊은 곳으로 날 데려갈 때언젠가 나를 울렸던 아름다운 모습으로오늘밤 꿈 속에 다시 나를 찾아와 이제와 내게 또 무슨 말을 원해 무슨 맘을 기대해이제야 내게도 희미할지라도 가야할 길이 있는데 아무것도 아닌 너내게서 사라져가는 뒷모습 바다의 바닥에 밤이 다시 찾아오면그 깊은 수압에 나를 누르는데언젠가 날 불렀던 기억 속의 이름들로오늘밤 꿈 속에 다시 나를 찾아 와 이제와 내게 또 무슨 말을 원해 무슨 맘을 기대해이제야 내게도 희미할지라도 가야할 길이 있는데 아무것도 아닌 너내게서 사라져가는 뒷모습
내가 보이면 도망쳐요 내던져요 날 밟아요나 웬만하면 그대 유리창에도 그대 오두막에도 안 비칠게요 세상은 너무너무 치사해 가끔 앉아서 도란도란 나눌 이없고나이만 무럭무럭 자라애꿎은 사랑만 더 말라갔죠 사랑은 조마조마했어요 난 늘걸어도 줄어들지 않는 사막같이나를 재워주는 달빛 있어도편하게 잠드는 게 내겐 젤 어려워 don't be shine a girldon't be shine a worlddon't be shine a moonlightshooting star don't be shine a girldon't be shine a worlddon't be shine a moonlightshooting star 나는 바닷물에 오른 섬이에요가라앉고 가난해요 나는 많이 아파더는 아플 수 없고울긴 뭐해서 그냥하는 말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내가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 정작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말과 말 사이에 흥겨움만 찾기에 바빴다 나는 가지않아도 되는 파티에 초대받았다 초대명단엔 내 이름이 틀리게 적혀있었다 나는 자주적인 삶을 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두 번씩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일상이란 아름아래 먹고 마시는 것이나 잠을 자고 움직이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무력감이나 공포심이 찾아올 때면 나는 우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가 달렸다 나처럼 우는 방법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돈을 내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변..